
《1 학년》은 프랑스의 의대생 입시 제도를 배경으로, 두 청년이 극도로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고 서로를 지탱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의사가 되기 위한 치열한 첫 해의 모든 순간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단순한 청춘 성장물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선까지 담아낸다. 《시골 의사 : Médecin de campagne》, 《히포크라트》로 이어지는 토마 릴티 감독의 '의료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며, 입시 전쟁 속 유머와 우정, 좌절과 연대의 모든 감정을 촘촘하게 그려낸다. 개인적으로 우리 집 첫째도 이 과정을 거쳤던지라 같이 봤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이 블로그 말미에 제 남편 스테판의 솔직 후기가 뒤따른다.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1 학년 (Première année)
- 감독: 토마 릴티 (Thomas Lilti)
- 개봉: 2018년 9월 12일 (프랑스)
- 장르: 코미디 드라마, 청춘, 교육
- 러닝타임: 92분
- 국가: 프랑스
1학년 줄거리
앙투안은 이미 의대 1학년을 두 번이나 떨어지고, 세 번째 도전을 시작하는 학생이다. 반면 벤자맹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대에 입학한 신입생. 이 둘은 각자의 이유로 의사의 길을 택했지만, 곧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살인적인 분량의 강의, 끝없는 복습, 철저한 경쟁 시스템. 프랑스의 의대 1학년은 단순한 학문 수련의 장이 아니라 생존의 장이다. 앙투안과 벤자맹은 점차 서로 의지하게 되고, 경쟁과 협력, 우정과 좌절의 순간을 오가며 성숙해 간다.
이 영화는 단순히 '시험에 합격하느냐 마느냐'의 드라마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람이 얼마나 무너지고, 혹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등장인물과 캐스팅
- 앙투안 베르디에 (Antoine Verdier) – 뱅상 라코스트 (Vincent Lacoste)
세 번째 의대 1학년에 도전하는 앙투안은 집요하고 진지한 성격이다.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의대 합격은 단순한 꿈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그만큼 스트레스와 자기 회의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 벤자맹 시트본 (Benjamin Sitbon) – 윌리엄 레브길 (William Lebghil)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소위 ‘모범생’으로, 의대 공부에 적응하면서 처음으로 좌절과 무력감을 경험한다. 앙투안과는 반대되는 배경과 성격이지만, 점차 형제 같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 교수 세르주 (Serge) – 미셸 르루소 (Michel Lerousseau)
학생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동시에, 현실적인 조언을 던지는 교수. 그가 말하는 경쟁의 냉정함은 오늘날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 관람 포인트
- 의대 입시의 현실적 묘사
프랑스의 의대 입시 제도(PACES)는 살인적인 경쟁률과 낙오율로 악명 높다. 영화는 과장이나 미화 없이 이 현실을 담백하게 보여준다. 수면 부족, 끊임없는 복습, 수험생의 고립과 불안은 한국의 입시 문화와도 닮아있어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 두 인물의 성장과 관계의 변화
앙투안과 벤자맹은 경쟁자이자 동료로, 서로의 단점을 채워주며 의지하게 된다. 이 관계는 영화의 중심축이며, 냉정한 시스템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
영화는 ‘왜 의사가 되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성적을 넘는 문제가 아닌, 진심으로 이 길을 원하는지, 이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직업인지 되묻는다. 의료인의 윤리와 사명감에 대한 메시지가 슬며시 담겨 있다. - 토마 릴티 감독의 의학 3부작 중 하나
《시골 의사》(Médecin de campagne), 《1 학년》(Première année), 《히포크라트》(Hippocrate)는 모두 의료와 사회, 인간을 교차시키는 주제를 다룬다. 이 작품은 그 가운데 교육 제도를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수상 내역과 평가
- 프랑스 내에서는 13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과 평가 모두 안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 일부 비평가들은 영화가 너무 '수험생활 일기'처럼 보일 수 있다는 평을 남겼지만, 대다수는 리얼리티와 감정선의 조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Rotten Tomatoes 평점은 80% 이상으로, 유럽 청춘 드라마의 전형적인 강점을 잘 살렸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스테판의 솔직 후기
클로드 피노토 감독의 《여학생(L’Étudiante)》이 30년 전 문학 교수 자격시험을 배경으로 학생 사회를 그려냈던 것처럼, 《첫 해(Première Année)》는 의대생들의 문화와 관습을 훌륭하게 탐구해 낸 작품이다. 영화에는 인상적인 대사들도 몇몇 등장하는데, 예고편에 실린 유명한 대사가 그 중 하나다.
“의대생과 프레빠(고등교육 입시준비) 학생의 차이를 아냐? 둘에게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외우라고 하면, 프레빠 학생은 ‘왜요?’라고 묻고, 의대생은 ‘언제까지요?’라고 묻지.”
이처럼 영화는 현재의 선발 및 교육 시스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며, 의대 입시의 구조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야기 전개의 설득력과 독창적인 결말은 확실히 인상적인 점수를 주게 되지만, 몇몇 서브스토리는 너무 간단히 스쳐 지나가 아쉬움을 남긴다.
《시골 의사》와 《첫 해》를 본 지금, 이제는 감독 토마 릴티의 의료 3부작을 완성하기 위해 《히포크라테스》만 남았다.
원문:
Tout comme « L’étudiante » de Claude Pinoteau avec l’agrégation de lettres 30 ans auparavant, « Première Année » est une très bonne incursion dans les us et coutumes du milieu estudiantin médical avec quelques bons dialogues – dont celui, fameux, présent dans la bande-annonce, « tu vois la différence entre un étudiant en médecine et un étudiant en prépa? Demande leur d’apprendre le bottin par cœur, l’étudiant en prépa, il te demandera ‘pourquoi?’ et l’étudiant en médecine ‘pour quand?’ » - et surtout une critique féroce du système actuel de sélection et d’apprentissage. La démonstration et son final original marquent des points mais on reste un peu sur sa faim sur certaines histoires à peine effleurées. Après « Médecin de campagne » et ce « Première Année », il me reste désormais à voir « Hippocrate » pour achever la trilogie médicale du réalisateur Thomas Lilti.
1학년 마무리
《1 학년》은 교육, 우정, 그리고 개인의 선택에 대한 고뇌를 밀도 있게 담아낸 수작이다. 경쟁에 치여 자신을 잃기 쉬운 시대에, 이 영화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 준다. 학창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며 울컥하기도 하고, 끝내 뿌듯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영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에게 ‘왜 이 길을 가는가’를 묻는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