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킬 포그트 감독의 영화 『이노센트』는 여름 햇살 아래 잠들어 있는 북유럽의 조용한 아파트 단지에서 네 아이가 겪는 기이하고 섬뜩한 경험을 다룬 독특한 심리 스릴러이자 판타지 영화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일상 속 작은 균열에서 시작되는 미세한 공포는 점차 확산되어 관객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크로니클』의 SF적 장난기보다는 『언브레이커블』처럼 사실적인 묘사에 무게를 둔 이 작품은, 초능력을 대하는 아이들의 심리와 윤리적 갈등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네 명의 아역 배우 모두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며, 북유럽 감성의 공기 속에서 믿기 힘든 현실을 생생하게 구현해 낸다. 만약 당신이 호러와 드라마의 경계에서 섬세하게 균형을 이루는 작품을 찾고 있다면, 『이노센트』는 놓쳐선 안 될 수작이다. 제 남편 스테판의 솔직 후기도 이어집니다.
영화 기본 정보
- 원제: The Innocents (De uskyldige)
- 감독: 에스킬 포그트 (Eskil Vogt)
- 장르: 공포, 스릴러, 드라마, 판타지
- 제작국: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 러닝타임: 117분
- 개봉일: 2022년 2월 9일 (프랑스), 2023년 9월 6일 (한국)
- 음악: Pessi Levanto – 사운드트랙은 절제된 긴장감과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앰비언트 계열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음)
- 배급: Shadowz, JustWatch 등
이노센트 줄거리
북유럽의 한 아파트 단지.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들은 놀이터와 숲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뛰논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공간에서 아이들 네 명은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하나씩 깨닫게 된다. 순수했던 호기심은 곧 긴장과 위협으로 바뀌고, 이들은 선과 악의 경계를 시험받는다. 어른들의 시선 밖에서 벌어지는 아이들만의 ‘세계’는 점차 공포로 물들어가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 또한 모호해진다.
등장인물과 캐스팅
- 이다 (Ida) – 라켈 레노라 플뢰툼 (Rakel Lenora Fløttum)
: 막내 여동생과 함께 새로 이사 온 소녀. 호기심 많고 관찰력이 뛰어나며, 이상한 기운을 가장 먼저 감지한다. - 안나 (Anna) – 알바 브린스모 람스타드 (Alva Brynsmo Ramstad)
: 자폐 성향이 있는 이다의 언니. 언어 소통은 거의 없지만, 놀라운 텔레파시 능력을 지닌다. - 벤 (Ben) – 샘 아슈라프 (Sam Ashraf)
: 강한 염동력과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소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점차 폭력성을 드러낸다. - 아이샤 (Aisha) – 미나 야스민 브렘세스 아셰임 (Mina Yasmin Bremseth Asheim)
: 감정이입과 동물과의 교감 능력을 가진 따뜻한 성격의 아이. 안나와 특별한 교류를 한다.
영화 관람 포인트
1. 북유럽 정서와 로케이션의 힘
잿빛 톤과 푸른 녹음이 어우러진 아파트 단지, 침묵이 감도는 숲, 그리고 대사가 거의 없는 긴 침묵. 이 영화는 ‘소음 없는 공포’의 전형을 보여준다. 차가운 햇빛조차 서늘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화면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듯한 아이들의 세계를 더 현실감 있게 느끼게 한다.
2. 초능력을 다루는 현실적 접근
『크로니클』처럼 갑작스레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등장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영웅 서사가 아닌 ‘도덕적 시험’으로 다룬다. 아이들은 아직 도덕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며,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의 무게가 영화 전반의 긴장감을 만든다.
3. 아역 배우들의 연기력
단지 능숙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마치 진짜 아이들을 몰래 촬영한 듯한 자연스러움이 있다. 특히 벤 역을 맡은 샘 아슈라프는 순수함과 공포를 동시에 자아내며, 관객에게 강한 불편함과 동정심을 함께 유발한다.
4. 잔혹하지만 절제된 연출
유혈이 낭자한 장면 없이도 이 영화는 불쾌함과 공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초능력이라는 소재에 휘둘리지 않고, 그 힘이 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서늘하게 직시한다.
수상 내역과 평가
- 2021 칸 국제영화제 ‘Un Certain Regard’ 부문 공식 초청
- 2022 판타스포르토 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감독상 수상
-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6% (비평가 기준)
- 관객 평점 IMDb 6.9 / Letterboxd 3.7점
스테판의 솔직 후기
이 영화는 1962년에 개봉한 잭 클레이튼의 동명 판타지 작품인 다른 『The Innocents』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이번 작품은 슈퍼히어로나 슈퍼빌런급 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자신들의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선을 선택할지 악을 선택할지를 서서히 깨달아 가는 과정을 다룬 북유럽식 스릴러이다. 이야기는 처음엔 매우 느리게 시작되지만, 점차 정말로 섬뜩하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는 10년 전 개봉했던 『크로니클』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인데, 『크로니클』이 유머와 팝콘 무비 스타일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훨씬 더 사실적이고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The Innocents』는 M. 나이트 샤말란의 『언브레이커블』(2000)이나 피에르 졸리베의 『심플 모르텔』(1991)처럼, 평범한 일상 속에 판타지적 요소를 더해 이야기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준다. 네 명의 어린 배우들 모두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이 영화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정말 특별한 작품이다.
원문:
Ce film n’a rien à voir avec un autre « The Innocents », l’oeuvre fantastique éponyme de Jack Clayton sortie en 1962. Ici, nous sommes dans un thriller nordique sur des enfants qui découvrent peu à peu qu’ils possèdent des pouvoirs dignes d’adultes super-héros/super-vilains et leur choix de les utiliser, pour faire le bien ou le mal. Le film commence très lentement mais ensuite, l’histoire devient réellement terrifiante et tellement réaliste, à l’inverse de « Chronicle » sorti 10 ans plus tôt, beaucoup plus axé sur l’humour et le côté pop-corn movie. « The Innocents », comme « Incassable » (Unbreakable, 2000) de M. Night Shyamalan ou « Simple Mortel » (1991) de Pierre Jolivet, ajoute du fantastique dans une histoire assez banale du quotidien et la fait vivre sous un autre angle. Les 4 jeunes acteurs sont tous parfaits. Un film qui sort vraiment des sentiers battus.
이노센트 마무리
『이노센트』는 전형적인 호러도 아니고, 흔한 판타지도 아니다. 그 경계 어딘가에서 심리와 공포, 도덕적 혼란을 치밀하게 짜낸 독창적인 작품이다. 초능력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도덕성을 되묻는 이 영화는, 묵직하고도 불편한 여운을 남긴다. 한여름의 햇살 속, 아이들이 만들어낸 어둠을 당신도 한 번 들여다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