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한 후보자: The Perfect Candidate>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가 연출한 작품으로, 여성의 권리, 정치 참여, 사회적 제약을 정면으로 그려낸 감동적인 드라마다. 주인공 마리암이 지방 병원의 여성 의사에서, 남성 중심 사회에 도전하는 시의원 후보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담담하지만 뜨거운 울림을 준다. 현지의 문화, 정치, 젠더 이슈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제 남편 스테판의 솔직 후기도 말미에 함께한다.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완벽한 후보자 (The Perfect Candidate)
-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Haifaa Al-Mansour)
- 각본: 하이파 알 만수르, 브래드 니만
- 장르: 드라마, 사회비평
- 제작국: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 상영시간: 1시간 44분
- 개봉일 (프랑스): 2020년 8월 12일
- 배급: Le Pacte
완벽한 후보자 줄거리
마리암은 사우디의 한 지방 병원에서 근무하는 젊은 여성 의사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수도 리야드의 병원에 지원하고자 하지만, 공항에서 출국이 거부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는 여성이며, 아버지의 허가가 갱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억울하고 답답한 현실 앞에서 마리암은 뜻밖에도 시의회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사회는 그녀를 외면하고, 남성 중심의 지역사회는 그녀를 조롱한다. 하지만 마리암은 포기하지 않고 지역의 문제—특히 병원 앞 진흙탕 도로포장 문제—를 공론화하며 지지를 얻어가기 시작한다.
등장인물과 캐스팅
- 마리암 (밀라 알 자흐라니):
주인공. 사회적 억압과 가족적 기대 속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젊은 여성. 정적이면서도 내면의 불꽃을 품은 연기로 몰입감을 더한다. - 셀마 (다에 알 힐랄리):
마리암의 자매. 보다 자유분방하며, 예술 활동(음악)을 통해 현실과 맞선다. 자매의 대조적인 성격이 극의 리듬을 살린다. - 사라 (누라 알 아와드):
막내자매로, 가족 내에서 중심을 잡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 아버지 (샤피 알하르티):
지역을 순회하는 음악가. 딸들과의 관계를 통해 세대 차이와 가치관 변화를 보여준다. 그의 여행은 영화의 은유적 축으로 작용한다.
영화 관람 포인트
1.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드문 기회
이 영화는 외부 시선이 아닌 현지 여성 감독의 시각으로 그려진 사우디 여성의 삶을 다룹니다. 여권 없이는 비행기조차 탈 수 없고, 남성 보호자의 승인 없이는 공적 활동이 불가능한 사회. 익숙하지 않은 이 문화적 맥락은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과 공감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뉴스로 듣던 '여성 억압'이 아닌, 한 개인의 삶을 통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강한 체험이 됩니다.
2. ‘조용한 혁명’이라는 주제의 힘
이 영화는 폭력적 투쟁이나 선동이 아닌, 작은 실천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마리암은 "왜 여자라서 안 되죠?"라고 외치지 않습니다. 대신 묵묵히 도로 공사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유권자들과 대화하고, 조용히 행동합니다. 그 절제된 태도 속에서 더 큰 울림과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3. 현실 정치의 냉혹함을 보여주는 여성 후보의 여정
마리암의 시의원 도전은 이상적인 꿈이 아닙니다. 무시, 조롱, 외면, 제도적 장벽 등 현실 정치의 벽을 하나하나 체험하게 됩니다. 특히 "여자가 시장이 될 수 있나?"라는 말들이 보여주는 고정관념은 우리 사회와도 맞닿아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정치 드라마라기보다는 정치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성장 서사에 가깝습니다.
4.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예술적으로 담은 연출력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매우 섬세합니다. 사막을 배경으로 한 풍경, 전통 의상, 음악과 무대 등은 단순한 미장센을 넘어 주제와 연결된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마리암의 가족이 전통 음악가라는 설정은, 과거와 현재, 남성과 여성, 보수와 진보의 상징적 대비를 부드럽게 시각화합니다. 공간과 의상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를 유심히 보면, 영화가 훨씬 깊게 다가옵니다.
5. 여성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의 섬세한 시선
<와즈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하이파 알 만수르는 사우디 최초의 여성 감독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녀는 특정 이념을 강요하거나 선전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과 현실을 솔직하게 조명합니다. 특히 마리암과 자매들 간의 관계, 아버지와의 세대 차이 등은 여성 서사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줍니다. 감독의 경험과 철학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것이 이 영화의 큰 강점입니다.
수상 내역과 평가
- 2019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 2020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상영
- 전 세계 평론가들로부터 "조용한 혁명의 기록", "사우디 사회에 대한 귀중한 관찰"이라는 호평
- IMDb 평점: 6.2
- Rotten Tomatoes 신선도 지수: 93% (비평가 기준)
스테판의 솔직 후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들의 삶의 조건은 (아주 천천히) 변화하고 있으며, 이 영화는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얼마나 먼 길을 남겨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나라에서 여성운동가들의 목소리는 아직도 크게 울려 퍼져야 하며, 『완벽한 후보자』는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전히 변화하지 못하고 있는 몇 가지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예술은 여전히 낮게 평가되거나, 심할 경우 테러 행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성의 지위 역시 여전히 제약 속에 있으며, 몇몇 법과 관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예컨대, 남성과 여성은 공적 공간에서 섞일 수 없고, 여성이 여행을 하려면 법적 보호자인 남성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아내의 투표권조차도 남편의 승인 하에 행사되는 일이 여전히 빈번하다.
캐스팅은 완벽하고, 시나리오는 잘 짜여 있으며, 주인공의 좌절감은 매우 잘 전달된다. 이 독일-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영화는 현재 체제에 대해 전복적인 시선을 던지는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현실 진단이자 중간 점검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반드시 볼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이 영화를 통해 일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을 수 있는 "다른 나라의 잔디가 더 푸르다"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표현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지나가는 사막 풍경처럼 말 그대로 푸르지 않다는 의미이고, 또 하나는 은유적으로, 그 사회적 현실 역시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이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덧붙이자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화면 속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부유한 나라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등장하는 자동차나 관공서에서 사용하는 프린터들 – 아직도 바늘로 인쇄하는 구형 방식 – 을 보고 나니, 이 나라는 아직도 한참 이전의 시기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원문:
La condition de vie change (lentement) pour les femmes en Arabie Saoudite et ce film montre tout le chemin qui reste à parcourir pour elles : les féministes ont encore à se faire entendre pour ce pays et ce film est un premier pas pour faire progresser la société. En effet, « The Perfect Candidate » nous fait découvrir certaines mentalités qui ont du mal à évoluer en Arabie Saoudite aussi bien pour les arts, très mal considérés, voire pire soumis à actes terroristes, que pour la condition de la femme mais aussi certaines lois – on ne se mélange pas entre hommes et femmes, une femme ne peut voyager qu’avec l’accord de son tuteur masculin - et coutumes – le vote d’une épouse est encore souvent soumis à approbation de son mari –. Le casting est parfait, le scénario bien construit et les frustrations de l’héroïne sont très bien retranscrites. Ce film germano-saoudien est davantage un constat et un point d’étape qu’un film subversif sur le régime en place. Il mérite néanmoins d’être vu pour attester à certains qui pourraient en doute que l’herbe est moins verte ailleurs, au sens propre avec les paysages désertiques traversés par le père de l’héroïne, et surtout au sens figuré. A ce propos, je pensais, avant de voir ce film, que l’Arabie Saoudite était un pays beaucoup plus riche qu’il ne semble l’être à l’écran : les voitures et surtout les imprimantes des administrations – encore à aiguilles – sont d’un autre temps.
완벽한 후보자 마무리
<완벽한 후보자>는 조용하지만 용감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 거창한 혁명이 아니라,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작은 발걸음이라는 걸 상기시켜줍니다. 우리도 익숙한 현실을 다시 바라보고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영화. 꼭 한 번쯤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