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2024) - 진화한 문명, 무너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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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포스터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포스터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시저의 전설 이후 수 세대가 흐른 미래에서, 문명을 건설한 유인원과 야만화 된 인간들이 뒤바뀐 권력 구조 속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젊은 유인원 노아가 진실을 향한 여정을 떠나는 동안, 독재와 종교적 신념, 진화와 기억의 왜곡이라는 철학적 주제들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놀라운 CG와 몰입감 있는 서사에 더해,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제 남편 스테판의 냉철한 후기까지 함께 소개한다.

영화 기본 정보

  • 원제: Kingdom of the Planet of the Apes
  • 한국 개봉 제목: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 장르: 액션, 어드벤처, SF
  • 감독: 웨스 볼 (Wes Ball)
  • 각본: 조쉬 프리드먼 (Josh Friedman)
  • 개봉일: 2024년 5월 8일 (미국/프랑스/한국 동시 개봉)
  • 상영 시간: 2시간 25분
  • 제작국가: 미국
  • 배급사: The Walt Disney Company France

 

영화 줄거리

시저(Caesar)의 죽음 이후 수 세기가 흐른 지구. 유인원은 이제 사회를 조직하고, 문명을 구축하며 이 땅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반면, 인간은 점차 말을 잃고 숲과 폐허 속에서 야만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퇴보했다.

이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유인원 사회의 리더인 ‘프로시무스 시저(Proximus Caesar)’는 과거의 가르침을 왜곡해 권력을 쌓고, 강제적인 지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시저의 유산’은 사실상 독재 정권의 명분일 뿐이다.

그 체제에 의문을 품은 젊은 유인원 '노아(Noa)'는, 조용하지만 굳은 신념으로 위험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는 신비한 인간 소녀 ‘메이(Mae)’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통해 인간의 잃어버린 역사와 자신들의 진짜 뿌리를 깨닫기 시작한다. 노아의 여정은 단순한 반항이 아닌, 진실을 향한 탐구이며, 인류와 유인원 양측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는 철학적 여정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늙은 유인원 현자 '라카(Raka)'와도 만나며, 기억, 전쟁, 평화, 믿음의 본질을 묻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 영화는 단순한 종족 간의 전쟁을 넘어, 진화의 끝과 문명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등장인물과 캐스팅

  • 노아 (Noa, 오웬 티그) –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젊은 유인원. 평화로운 부족에서 자랐지만 폭력적인 침략으로 가족과 공동체를 잃고,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점차 내면의 정의감과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지도자로 성장하는 인물.
  • 프로시무스 시저 (Proximus Caesar, 케빈 듀런드) – 시저의 이름을 차용해 독재 정권을 구축한 유인원 지도자.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녔지만, 시저의 철학을 왜곡하여 통치에 이용한다. 권력 유지에만 집중하는 위선적인 인물.
  • 트레바단 (Trevathan, 윌리엄 H. 메이시) – 문명의 흔적을 간직한 인간 생존자. 메이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인간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 존재로 등장한다.
  • 실바 (Sylva, 에카 다르빌) – 프로시무스 시저의 충직한 부하. 무력과 충성을 앞세우지만, 이야기 후반부에서 신념과 의심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 수나 (Soona, 리디아 페컴) – 노아의 부족 친구이자 감정적인 연결고리.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노아의 여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라카 (Raka, 피터 매콘) – 유쾌하고 지혜로운 유인원. 과거를 기억하고 인간에 대한 연민을 지닌 인물로, 노아의 정신적 스승이자 영화의 철학적 축을 담당한다.
  • 메이 (Mae, 프레야 앨런) –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 소녀. 대부분 야생화된 인류 속에서 유일하게 문명과 지식을 간직한 존재로, 노아에게 과거 인류와 유인원의 진실을 알려주는 핵심 인물이다. 인간과 유인원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영화 관람 포인트

1. 포스트-시저 시대의 재구성

전작들과 가장 큰 차별점은 시저가 중심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저 이후 세대를 통해, 시간이 흘러 신화로 변질된 역사와 권력의 작동 방식을 탐구한다. '노아'는 단지 반항하는 인물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재해석된 역사에 의문을 던지는 ‘정신적 후계자’로 그려진다.

2. 종교·권력 비판과 신화의 해체

‘프로시무스 시저’는 마치 종교 지도자처럼 시저의 유산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통해 독재를 정당화한다. 유인원 사회의 이 분열은 현실의 종교 분파, 이념 갈등과 매우 닮아 있으며, 극 중 인물들이 경전처럼 받아들이는 ‘시저의 말’은 권력에 따라 다르게 인용된다. 이는 비판적 시각으로 종교와 역사 해석의 위험성을 환기시킨다.

3.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의 향연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서 CG가 들어가 있지만, 그것이 억지스럽거나 과하지 않다. 유인원의 감정 표현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며, 자연 속 유기적 풍경과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폐허의 조화는 ‘예술’에 가깝다. 특히 숲과 폐허, 해변, 절벽을 아우르는 광활한 배경이 스토리의 규모감을 크게 증대시킨다.

4.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다층적 드라마

이 영화는 희망찬 진화의 이야기도 아니고, 전면적인 디스토피아도 아니다. 과거와 현재,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의 서사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간의 문명이 무너진 이후에도 정의와 연대의 가치를 고민하게 만든다. 관객은 '노아'의 눈을 통해 인간성과 유인원성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게 된다.

 

 

스테판의 솔직 후기

"비주얼은 매우 훌륭하지만, 이야기 전개는 다소 진부하다. 다만, 이면에는 다양한 종교 해석과 예언자의 말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풍자한 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 지금의 시리즈 흐름은 오히려 2011년작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처럼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보다, 드라마 시리즈 『로스트』처럼 미스터리한 파편들로 구성된 느낌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CG는 정말로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마무리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프랜차이즈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세대의 관객에게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고전적인 영웅 서사 구조를 따르지만, 그 안에 담긴 주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권력의 왜곡, 기억의 진실, 공존의 가능성 등은 오늘날에도 강하게 울림을 줍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은 점은 눈부신 비주얼과 캐릭터 표현입니다. 유인원의 감정 표현이 인간 이상으로 정교하게 구현되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고, CG와 자연 풍경이 어우러져 스크린 속 세계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 요소와 긴장감 있는 전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전작들처럼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보다는, 진화된 기술과 캐릭터 중심의 서사를 통해 '공존'이라는 주제를 보다 부드럽게, 그러나 꾸준히 밀고 나가는 선택을 했습니다. 프랜차이즈의 다음 방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남기며,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테판의 말처럼 *"시리즈 본연의 깊이나 긴박감은 다소 약해졌지만, 압도적인 비주얼만큼은 지금도 유효하다. 단지, 더 깊은 감동을 원했던 이들에겐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평은 꽤 정확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관객 각자의 기대치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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