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도시 (In Bruges, 2008) - 피와 유머, 그리고 아름다운 브뤼주가 공존하는 블랙코미디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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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킬러들의 도시 한국 포스터

두 명의 킬러가 숨죽이며 도망친 도시, 브뤼주. 그곳에서 벌어지는 엉뚱하고 잔혹하며 때로는 철학적인 이야기. 《킬러들의 도시》는 마틴 맥도너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 감성과 깊은 내면 연출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도시의 풍경이 이야기에 녹아들고, 각 인물의 대사는 칼날처럼 날카롭다. 이 작품은 정체된 삶, 죄책감, 구원이라는 주제를 유머와 폭력 사이에서 절묘하게 풀어낸다. 제 남편 스테판의 솔직후기가 마지막에 이어진다.

 

영화 기본 정보

  • 원제: In Bruges
  • 한글 제목: 킬러들의 도시
  • 감독: 마틴 맥도너 (Martin McDonagh)
  • 개봉일: 2008년 6월 25일 (프랑스), 2009년 3월 (한국)
  •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갱스터, 느와르
  • 러닝타임: 1시간 47분
  • 국가: 영국
  • 공식 사운드트랙: In Bruges -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잔잔하고 클래식한 음악이 도시에 깔린 우울한 정서를 한층 더 강화한다.

 

 

 

 줄거리

런던에서 벌어진 암살 작전이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끝나자, 두 명의 킬러 ‘레이’와 ‘켄’은 벨기에의 아름다운 도시 브뤼주로 도망친다. 브뤼주는 동화 같은 도시지만, 이들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공간이다. 레이는 실수로 아이를 죽인 죄책감에 시달리고, 켄은 그를 지켜보며 갈등한다. 그리고 이들의 상사 해리는 “명예로운 결단”을 강요하며 또 다른 비극을 예고한다. 웃기면서도 쓸쓸하고, 철학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이 도시는 결국 그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등장인물과 캐스팅

● 레이 (Ray) – 콜린 파렐

갓 킬러가 된 인물로, 첫 임무에서 아이를 실수로 죽인 충격에 괴로워한다. 충동적이고 유머러스하지만, 속으로는 무너져가는 인물이다. 콜린 파렐은 이 인물을 통해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켄 (Ken) – 브렌단 글리슨

베테랑 킬러이자 레이의 선배. 인간적인 감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으며, 레이를 살릴 것인지 죽일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에서 복잡한 내면이 드러난다.

 

● 해리 (Harry) – 랄프 파인즈

두 사람의 상사이자 냉정하고 극단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 의리와 원칙을 중요시하는 것 같지만, 그 원칙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클로에 (Chloe) – 클레먼스 포지

마약 거래와 영화 촬영을 겸하는 여성. 레이와의 관계를 통해 잠시나마 그의 마음에 틈을 만들어주는 인물이다.

 

 

 

영화 관람 포인트

  1. 마틴 맥도너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 감성
    《킬러들의 도시》는 죽음과 죄책감, 구원을 중심으로 한 매우 어두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쉴 틈 없이 웃음을 던져준다. 대사 하나하나가 영리하고 때론 시니컬하며, 이질감 없이 서사의 흐름에 녹아 있다.
  2. 브뤼주라는 공간의 시적 연출
    고딕적이고 중세적인 도시 브뤼주의 풍경은 마치 하나의 캐릭터처럼 작용한다. 잔혹한 킬러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이 도시의 풍경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죽음을 고민하는 인물들과 고요한 도시가 어우러진 장면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3. 등장인물 간의 심리적 갈등과 철학
    단순히 총을 쏘고 쫓고 도망치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올바른 선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인물들을 끊임없이 시험한다. 해리는 명예와 규칙을 중시하지만, 그로 인해 파국을 맞이하고, 켄은 동료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4. 치밀한 대사와 유머
    “브뤼헤가 지루하다고?” 레이가 툭 던지는 한 마디가 캐릭터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농담, 기묘한 시선에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 단어 하나로 인물의 심리를 관통하는 대사들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5. 폭력과 구원의 이중성
    폭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인물들은 그 안에서도 구원을 꿈꾼다. 이 영화는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주제를 블랙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가볍지만 진중하게 다룬다.

영화 킬러들의 도시 스틸 컷

 

 

수상 내역과 평가

  • 2009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콜린 파렐) 수상
  •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
  • BAFTA 각본상 수상
  • 로튼토마토 지수 84%, IMDb 평점 7.9
  • 평론가들은 "가장 잔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영화"라고 평가했다.

 

 

스테판의 솔직 후기

정말 날카로운 대사들이 가득한 영화였다. 전형적인 영국식 유머가 아주 기묘하게 잘 살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식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표현들도 많았다. 장면과 상황 하나하나가 독창적이었고 매우 인상 깊었지만, 아쉽게도 결말은 너무 일찍부터 예상할 수 있어서 감흥이 조금 덜했다. 그래도 보너스처럼 영화 속에 담긴 브뤼주의 아름다운 풍경은 꽤 반가웠다. 불과 5개월 전쯤 내가 다녀왔던 도시라 그런지 더 애착이 갔다. 정말 매력적인 도시였고, 영화 속에서도 그 매력이 잘 드러났다.

 

원문: 

Des répliques incroyablement incisives. De l’humour anglais pur jus très décalé. Du politiquement incorrect comme je l’aime. De nombreuses scènes et situations originales sauf, malheureusement, la fin que j’ai sentie venir de très loin. Et, en prime, quelques belles vues de Bruges où j’étais encore il y a moins de 5 mois. Vraiment une ville sympa bien mise en valeur par le film.

 

 

마무리

《킬러들의 도시》는 단순한 갱스터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 죄책감과 용서, 유머와 비극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로 풀어낸 진짜 영화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편의 잘 짜인 희곡을 보는 듯한 대사들과 아름다운 도시 브뤼주의 매력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만약 영화를 통해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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