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2000》 - 가장 아름답고도 잔인한 순간에 머무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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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가 사랑하는 여자 뒷덜미를 키스하는 장면
영화 화양연화 홍콩 포스터

 왕가위 감독의 걸작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는 1960년대 홍콩의 좁고도 습한 골목길 속에서 피어난 ‘불완전한 사랑’을 절묘한 색감과 현악 선율, 느릿한 슬로모션으로 그려낸 영화다. 마기 청(장만옥)양조위가 보여주는 절제된 애틋함, 크리스토퍼 도일의 회화적 촬영, 함께 울리는 〈Quizás Quizás Quizás〉와 장만옥 치파오의 선명한 원색은 시간을 초월해 관객의 감각을 자극한다. 영화의 기본 정보부터 줄거리, 캐스팅, 깊이 있게 즐기는 관람 포인트, 세계 영화제 수상 내역, 그리고 2000년 극장 개봉 당시 직접 관람한 남편 스테판의 솔직 후기까지 자세히 담았다. 제 남편 스테판의 솔직 후기가 따르니 끝까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원제: Fa yeung nin wa (花樣年華)
감독: 왕가위 (Wong Kar-Wai)
각본: 왕가위
장르: 드라마, 로맨스
제작 국가: 홍콩, 프랑스
러닝타임: 1시간 38분
개봉일: 2000년 9월 29일 (홍콩), 2000년 11월 8일 (프랑스)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 (Christopher Doyle)
배급사: Océan Films, Les Bookmakers, La Rabbia
언어: 광둥어
음악: 마이클 갈라소, 쉐리넌 우
기타 제목: Three Stories About Food, Les Silences du désir

 

 

 

 줄거리

1962년 홍콩. 동네 하숙집 같은 ‘공방’ 건물에 같은 날 이사 온 두 부부, - 신문사 사무국장 ‘차우 모완’과 회사 비서 ‘수 리전’. 남편과 아내는 일에 쫓겨 밤마다 집을 비우고, 남겨진 두 사람만이 복도를 스치듯 마주친다. 어느 비 오는 밤, 그들은 배우자들이 서로 불륜 관계임을 직감한다. 충격과 허탈함을 공유한 두 사람은 “우리라도 그들처럼 되지 말자”며 조심스레 가까워지지만,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이 짙은 장막처럼 가슴을 압박한다. 시간은 흘러도, 그들의 사랑은 ‘꽃처럼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짧은 순간’에 머물러 있다.

 

 

 

등장인물과 캐스팅

  • 수 리전장만옥(Maggie Cheung) : 하루도 같은 패턴이 없는 화려한 치파오로 잠 못 이루는 밤을 감싸는 여인.
  • 차우 모완양조위(Tony Leung Chiu-Wai) : 부드러운 듯 깊은 눈빛 속에 결핍과 설렘을 숨긴 신문사 편집자.
  • 아핑 – 섀우 핑람 : 차우의 동료 기자.
  • 판 여사 – 레베카 판 : 하숙집 주인으로 소소한 유머와 오지랖을 담당.
  • 주변 인물 – 조청통초, 콜린 라이천, 마마 훈 등 : 1960년대 홍콩 사회의 소음을 이루는 또 다른 얼굴들.

 

 

 

영화 관람 포인트

  1. 무늬, 색, 프레임 – 크리스토퍼 도일의 회화적 시선
    회색 회벽 틈 붉은 조명, 좁은 복도에 어른거리는 초록 그림자, 치파오의 기하학적 문양까지. 화면을 멈춰 두면 그대로 회화다. 왕가위는 공간을 좌우로 가르고 거울·문틀·커튼으로 시선을 차단해 ‘가까운데 닿지 못함’을 시각화한다.
  2. 슬로모션과 탱고 리듬
    살을 스치듯 지나치는 느린 발걸음, 현관 창문 틈새로 쏟아지는 비. 거기에 〈Quizás Quizás Quizás〉, 〈Yumeji’s Theme〉가 흐르면 시간은 늘어지지만 긴장감은 오히려 고조된다. ‘느림’이야말로 이 영화의 심장 박동이다.
  3. 치파오와 양복이 말하는 침묵의 대사
    마기 청이 입는 20벌이 넘는 치파오, 양조위의 고전적 양복은 시대와 신분을 상징하면서도 두 사람의 ‘예의’와 ‘절제’를 보여준다. 옷자락 한 번 제대로 스치지 않기에, 손목과 목선만으로도 사랑이 번져나간다.
  4. 부재로 드러나는 존재
    부정한 배우자들은 화면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화기 벨, 음성만 남긴 대사, 식당 예약표 같은 사소한 오브제가 그들을 ‘존재’하게 만든다. 영화는 시선에서 지운 뒤, 상상으로 채우게 하는 방식으로 관객을 서서히 잠식한다.
  5. 잊을 수 없는 엔딩 – 앙코르와 유적이 남긴 울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의 벽 틈, 차우는 말을 삼키듯 비밀을 속삭인다. 폐허와 신비, 그리고 메아리가 뒤섞인 순간, 관객은 ‘말하지 못한 사랑’이 어떻게 시간을 뚫고 살아남는지를 체험한다.

 

수상 내역과 평가

2000년 칸 영화제 – 남우주연상 (양조위 수상), 기술상(촬영) 수상
2001년 홍콩 금상장 –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촬영상 등 총 7관왕
2001년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 –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
2001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BAFTA) –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수상
2001년 뉴욕 비평가 협회상 –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수상
2001년 미국 비평가 협회상 (NSFC) – 촬영상 수상 (크리스토퍼 도일 외)
2022년 Sight & Sound 선정 – 역대 최고의 영화 5위로 재등극
로튼 토마토 평점 – 신선도 91% (비평가 기준), 관객 점수 94%
IMDb 평점 – 8.1/10
Metacritic 점수 – 85점 (Universal Acclaim)

 

 

스테판의 솔직 후기

이 영화는 참 아름다운 이야기다. 상대방의 외도를 눈치챘을 때 느끼는 그 불쾌한 감정이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1960년대 홍콩이라는 배경 속에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 또한 무겁게 다가온다. 영화는 굉장히 잘 찍혔고, 나는 이 영화만큼 비가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미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이야기의 리듬이 느슨해지고 만다. 영화는 매우 느리다, 정말 느리다. 이전에 느리다고 생각했던 영화인 「조 블랙의 사랑(Meet Joe Black)」가 이 영화에 비하면 굉장히 빠르게 느껴질 정도다.

이 영화는... 극장 안 안락한 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잠드는 데에 제격인 작품이다.

덧붙임: 이 평은 2000년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되었을 당시 작성된 글입니다.

 

원문:

C'est une belle histoire, on sent bien passer le sentiment désagréable que représente le moment où l'on se rend compte que l'on est cocufié. Idem pour le regard des autres très pesant dans ce Hong Kong des années '60. C'est très bien filmé, je n'ai jamais vu la pluie aussi belle que dans ce film mais à trop s'attacher aux images, on en perd le rythme, car que ce film est lent, très lent. A côté "Rencontre avec Joe Black" (Meet Joe Black), que j'avais trouvé lent, me parait très "speed"!

Le film idéal pour... s'endormir en douceur confortablement assis dans un fauteuil de cinéma!

N.B. : cette critique a été rédigée en 2000 lors de l’exploitation au Cinéma du film.

 

 

마무리

《화양연화》는 줄거리보다 ‘감정의 결’로 완성된 영화다. 빠른 서사와 명쾌한 결말을 찾는다면 답답하겠지만, “사랑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닿기 직전”이라는 명제를 화면으로 체험하고 싶다면, 이보다 훌륭한 작품은 드물다. 1960년대 홍콩의 습도와 색감, 그리고 이별이 빚어낸 잔향이 긴 시간을 돌아 다시 우리 곁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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