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리얼 잡》(2023)은 《히포크라테스》와 《국가대표 의사들》로 잘 알려진 토마 릴티(Thomas Lilti) 감독이 다시 한번 전문직 종사자들의 현실을 조명한 작품이다. 이번에는 의료계가 아닌 교육계다. 파리 외곽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듯 특별한 교사들의 일상을 담은 이 영화는, 직업이 아닌 사명으로서의 ‘교사’라는 역할을 진지하게 바라본다.
이야기는 신입 교사 벤자맹의 시선으로 시작되며, 다양한 배경과 성격의 교사들이 협업하고 갈등하며 결국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목표 아래 묶이는 모습을 담는다. 이 영화는 어떤 극적인 전환보다도 현실의 무게, 그리고 교사라는 직업의 존엄함을 잔잔하지만 울림 있게 그려낸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어 리얼 잡》의 전체적인 내용을 다루며, 끝에는 영화를 관람한 제 남편 스테판의 신선하고 솔직한 감상 후기도 함께 전해드립니다.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어 리얼 잡(A Real Job)
- 원제: Un métier sérieux
- 장르: 코미디 드라마
- 감독 및 각본: 토마 릴티 (Thomas Lilti)
- 제작: 아녜스 발레, 엠마뉘엘 바로
- 배급사: Le Pacte
- 제작 국가: 프랑스
- 상영 시간: 101분
- 개봉일: 2023년 9월 13일 (프랑스)
영화 줄거리
새 학기가 시작되며 파리 근교의 한 중학교. 오래 일해온 선생님들과 신규 교사들이 한 교무실에 모인다. 이들 중에는 경험 많은 베테랑 피에르, 따뜻하면서도 강단 있는 메리엠, 웃음을 잃지 않는 푸앗, 날카로운 이상주의자 소피, 그리고 처음 교단에 서게 된 신입 교사 벤자맹이 있다.
벤자맹은 정규 교사도 아니고, 일시적인 계약직이다. 하지만 그 역시 학생들과 마주하면서 교육이라는 직업의 진정한 의미를 조금씩 체험하게 된다. 각기 다른 이유로 교사가 된 이들은, 매일 반복되는 혼란 속에서도 학생과 교육에 대한 믿음을 지키려 애쓴다.
등장인물과 캐스팅
- 벤자맹 (Vincent Lacoste): 영화의 주인공. 이상은 있지만 경험은 없는 젊은 교사로, 교육 현실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겪는다.
- 피에르 (François Cluzet): 교육계에서 오랜 세월을 버틴 베테랑. 보수적이면서도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깊다.
- 메리엠 (Adèle Exarchopoulos): 따뜻하고 헌신적인 교사.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한다.
- 산드린 (Louise Bourgoin): 위트 넘치고, 조직 내에서 유쾌한 분위기를 담당하는 인물.
- 푸앗 (William Lebghil): 다소 거칠지만 학생들을 잘 이해하는 현실적인 교사.
- 소피 (Lucie Zhang): 원칙과 정의를 중시하는 교사. 때때로 냉소적으로 비춰지지만, 진심은 누구보다 뜨겁다.
- 소피안, 알릭스, 벤자맹의 아버지 등: 다양한 세대의 교사들과 가족들이 영화의 현실감을 더한다.
영화 관람 포인트
- 교육 현장의 사실적인 묘사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현실감 있는 연출 덕분에 실제 중학교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프랑스 교육 현실에 대한 고찰은 우리 사회에도 통하는 보편적 메시지를 갖는다. - 개성 있는 캐릭터와 연기
각각의 교사는 전형적인 역할에 갇히지 않고, 독립된 인물로 살아 움직인다. 특히 뱅상 라코스트의 신입 교사 연기는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 따뜻함과 냉소가 공존하는 톤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혹은 냉소에 빠지지 않고, 그 중간의 균형을 탁월하게 잡아낸다. 교사들의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실마리를 놓치지 않는다. - 현실에서 출발한 드라마
토마 릴티 감독은 전직 의사로서도 유명한데, 이번 작품에서도 전문직 내부의 고충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특히 비정규직 교사의 불안정함은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다. - 교육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좋은 교사란 누구인가? 왜 우리는 가르치는가? 그리고 교육이 사회에서 갖는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이 영화는 거창한 해답 대신 소소한 순간들로 질문을 던진다.
수상 및 평가
- 2023년 프랑스 개봉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프랑스 교육계 관계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 IMDb 평점: 6.8 / 10
- 프랑스 AlloCiné 사용자 평점: 3.9 / 5
- 프랑스 주간지 “Télérama” 등에서 교육계 영화 중 수작으로 평가
스테판의 솔직 후기
《La vie scolaire, 학교 생활》(2019)처럼, 《어 리얼 잡》은 프랑스 교육부 소속의 정규직 및 계약직 교사들이 함께 일하는 파리 외곽 중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Grand Corps Malade와 Mehdi Idir가 만든 그 영화처럼, 정말 그 안에 들어간 듯한 현실감을 준다!
다만 이 교사 사회에 대한 세심한 관찰은 약간 지나치게 따뜻하게 그려졌다는 인상도 있다. 부정적인 인물이나 문제적 캐릭터가 거의 없어 너무 이상화된 느낌이 없지 않다.
마무리
《 어 리얼 잡 》은 우리가 늘 알고 있었지만 너무 당연해서 돌아보지 않았던 교사의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직업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이들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는 진짜 '소명'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되는 영화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사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이 질문을 품고 영화를 본다면, 그저 잔잔한 드라마가 아닌 감정의 진폭을 가진 작품으로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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