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월 8일, 프랑스와 한국에서 동시에 개봉한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 (Hiver à Sokcho)] 은 프랑스와 한국의 합작 애니메이션 드라마로, 관객들에게 섬세하고도 서늘한 감정선을 선사합니다. 프랑스 출신 감독 코야 카무라(Koya Kamura)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스테판 리-쿠엉(Stéphane Ly-Cuong)과 함께 공동 각본을 맡아 탄생한 이 작품은 특별한 지역성과 개인의 정체성 탐색을 절묘하게 엮어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이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제 남편인 스테판의 솔직 후기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속초에서의 겨울 (Hiver à Sokcho, Winter in Sokcho)
- 장르: 드라마, 애니메이션
- 감독: 코야 카무라 (Koya Kamura)
- 각본: 코야 카무라, 스테판 리-쿠엉
- 제작: 파브리스 프레엘-클레아크 (Fabrice Préel-Cléach)
- 배급: 디아파나 디스트리뷰션 (Diaphana Distribution)
- 러닝타임: 1시간 44분
- 개봉일: 2025년 1월 8일 (프랑스 및 대한민국 동시 개봉)
- 제작 국가: 프랑스, 대한민국
📽 영화 줄거리
작은 해변 도시 속초. 23살의 수하(Soo-Ha)는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선을 파는 어머니를 찾아가거나 남자친구 준오(Jun-oh)와 보내는 시간이 그녀의 삶을 채우죠. 수하는 속초의 한 작은 여관에서 일하며 조용히 지내던 중, 어느 날 불쑥 나타난 프랑스인 여행자 얀 게랑(Yan Kerrand)을 만나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온 낯선 이는 수하에게 잊고 있던 자신의 뿌리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듭니다. 아버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던 수하는, 얀과의 미묘한 교감을 통해 프랑스와의 연결고리를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서로 다른 언어, 다른 문화 속에서도 두 사람은 수하는 요리로, 얀은 그림으로 조심스럽게 소통을 시도합니다. 겨울로 깊어가는 차가운 속초에서, 그들의 관계는 서서히 얼어붙은 감정의 층을 녹여가며 특별한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 주요 캐스팅
- 수하 역 — 벨라 킴(Bella Kim)
신인 배우 벨라 킴은 이 작품을 통해 수하의 복합적인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조용하고 수 줍지만, 내면 깊숙이 강렬한 호기심과 정체성의 혼란을 품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습니다. - 얀 케랑 역 — 로쉬디 젬(Roschdy Zem)
프랑스를 대표하는 중견 배우 로쉬디 젬은 말보다 눈빛과 행동으로 많은 것을 표현하는 얀 케랑을 완벽히 그려냈습니다. 다소 무뚝뚝하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그의 연기는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높입니다.
🎥 영화 관람 포인트
- 섬세한 정체성 탐구
‘한국과 프랑스’라는 두 문화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모색하는 수하의 모습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영화 전반에 걸쳐 서정적으로 펼쳐집니다. - 독특한 애니메이션 연출
이 작품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연출입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전환점이나 정체성의 혼란을 표현할 때 애니메이션이 사용되어, 이야기의 서정성과 감정의 섬세함을 더욱 강조합니다. - 속초라는 공간의 매력
겨울의 속초는 아름답고도 쓸쓸한 풍경으로 그려집니다. 포구, 시장, 해변, 그리고 한적한 골목길까지. 감독은 속초의 공간성을 감각적으로 활용해 인물들의 고독과 정체성 문제를 극대화합니다. - 잔잔하지만 깊은 감정선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 침묵 속의 긴장감, 그리고 그 너머에 감춰진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천천히 스며드는 이 감정선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오래 여운을 남깁니다. - 문화 충돌과 소통의 시도
수하와 얀은 언어적 한계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요리와 그림이라는 ‘비언어적 소통’은 둘 사이의 관계를 섬세하게 이어주는 매개체로, 관객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스테판의 솔직 후기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매우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수하라는 인물 안에 깃든 한국과 프랑스 두 문화의 충돌과 공존이 너무나 현실감 있게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작은 도시 속에서 자라난 수하는 어릴 때부터 주변과 조금 달랐고, 그 다름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라는 뿌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자신을 규정짓는 한국 문화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마치 실제 누군가의 성장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또한 로쉬디 젬이 연기한 얀 케랑과의 만남은, 수하가 자신의 정체성을 좀 더 명확히 자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과정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그려졌고, 애니메이션으로 전환되는 순간순간은 감정의 파장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리듬이 상당히 느린 편입니다. 특히 전환 장면이나 감정 묘사에서 긴 호흡을 유지하면서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서사가 조금 더 빠른 전개를 택했다면 대중성 측면에서 폭넓은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초에서의 겨울] 은 한 사람의 정체성, 두 문화 사이의 교차점,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작은 연대와 이해를 너무나 진정성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느리지만 섬세한 감정선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겨울처럼 조용하고도 깊은 감동을 선사하였습니다.
마무리
『속초에서의 겨울』은 빠른 전개나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하기보다는, 서늘하고 깊은 감정선에 천천히 젖어드는 작품입니다. 문화적 경계와 개인의 정체성, 타인과의 조심스러운 연결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겨울이라는 계절과 어울리는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느린 리듬을 견디며 캐릭터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관객이라면, 분명 큰 울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속초의 차가운 바람과 함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리는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마세요.